비명

이난희.여성사회연구
이난희.여성사회연구 · 작가, 번역가,연구자
2024/01/15
비명

하늘은 들판 가까이 내려 앉고
나무들은 푸른 잎사귀가 무거워 
고개를 숙였다
새들조차 울음을 잃어버린
비명의 시절

잿빛 강물엔 꽃들의 사체가 떠다니고
들의 풀숲은 피로 물들었다
저무는 빨간 노을 아래 찢기고 죽어간
짐승의 시절

집집마다 한줌 살아남은 자들은
힘없는 풀처럼 숨죽여 울고
한숨을 토했다
눈물조차 배고픔에 말라버린
비통의 시절

하늘은 아직도 내려앉아 있고
비에 젖은 나무들은 고개를 돌린다
꽃들은 두려워 피어나지 못한다
애도조차 되지 못한 비명의 시절이
여전히 두려운가 보다.     


한국 근현대사에는 많은 비극적 사건들이 발생했다..전쟁에 의한 사상자들, 국군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들, 성폭행당한 여성들, 고아들 등..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무수히 고통받고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쓴 시이다.. 세월은 흘렀어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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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커피 한잔, 여성신학 한스푼,”“방구석 여행가들의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니?(공저)” 등의 책을 썼습니다. “기독교는 식사에서 시작되었다(공역),” “뚱뚱한 예수(공역)” 등을 번역했습니다.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즈’에 비정기로 글을 기고합니다. 여성신학 박사로 강의를 했고, 여성, 사회,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한글 및 영어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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