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무덤 돋아난 날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1/12
출처 - 픽사베이
<물무덤 돋아난 날> - 천세진

멀리 나갔다 돌아온 밤
발가락 사이에
발바닥에
작은 물무덤이 돋아났습니다
발뒤꿈치에도 돋아났습니다

눈물 나게 반가운 일이어서
가만히 쓰다듬으니 
같은 주파수로 출렁입니다

몸에 작은 죽음들이 생겼으므로
몸속 유한有限 몇 생을 마쳤으므로
태생이 별이었다는 걸 증명했으므로
별빛에 태워 멀리 보낼
조문弔文 몇 줄 짓습니다

멀리 나갈 때마다
매번의 다른 자리에서
매번 다른 이야기를 짓지만
별빛에 실어 보낼 물무덤이
매번 돋아나는 것은 아니어서
여러 개 돋아난 오늘
몇 줄 짓습니다

*
멀리 갔다 돌아온 밤은 말이 흘러나가고 말이 흘러들어오고 작은 회한이 생겨납니다.
작은 무덤이 생겨납니다.
멀리 나가는 일은 '나'가...
천세진
천세진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119
팔로워 349
팔로잉 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