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쇼’, ‘리얼버라이어티’는 ‘리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가 ‘리얼’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강의 주어진 각본과 상황 속 출연자의 구체적인 행동이, 출연자의 진심이나 실제 반응은 아닐지언정 출연자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진심일 것이라는 가정 아래 시청자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이틀 전 공개한 <좀비버스>는 ‘대한민국 서울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면?’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이시영, 노홍철, 덱스, 박나래, 조나단, 홍성우 등 현재 지상파와 온라인을 넘나드는 인기 방송인들이 다수 출연했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세트와 출연진 규모에서 대단히 큰 스케일을 자랑하며, ‘좀비’ 단일 주제의 국내 예능으로는 최초로 무려 8시간 가까이 되는 에피소드 분량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시작 전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어딘가 이상하고 혼란스럽다. ‘리얼’에 대한 큰 기대 없이 가벼운 예능으로 즐기려 했던 시청자에게 혹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몰입해야 할지 눈치를 보던 이들에게 구태여 몰입을 강요한다. 자막과 내레이션을 통해 출연자들이 “대본 없이 주어진 상황 속에 있다.” “어떠한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다.”라며 이들의 ‘과몰입’에 주의해달라고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