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죽음의 모호함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 인증된 계정 · 일상을 철학하다
2022/10/06

머리 없는 스타 닭, 마이크

“선생님,
아무도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아리스토파네스

1945년 9월 10일, 로이드 올슨은 콜로라도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닭을 도축하고 있었다. 그날 도축한 닭들 중에 훗날 ‘마이크’라는 이름이 붙은 와이언도트종種 수탉도 한 마리 있었다. 다른 수많은 닭들처럼 마이크도 머리가 잘려나간 후에 몸통이 잠깐 동안 뛰어다녔다. 문제는 다른 닭들과 달리 마이크는 계속 뛰어다녔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는 다음 날 아침에도 두 발로 서 있었는데, 죽은 닭처럼 행동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올슨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머리 없는 닭 ‘기적의 마이크’는 곧바로 순회 서커스 공연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추정치지만, 마이크가 한 달에 벌어들인 수입은 오늘날 통화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5만 달러와 맞먹는다. 그러나 1947년 3월, 피닉스의 한 호텔에서 잠들었던 마이크는 옥수수 알갱이에 목이 막혀 캑캑거리다가 결국 죽었다.
출처: <뉴필로소퍼> 9호, 일러스트: 아이다 노보아 & 카를로스 이건

사람들은 마이크를 기념하며 동상도 만들었고, 해마다 콜로라도 프루이타에서는 축제도 열고 있다. 마이크 이야기는 전후 미국의 신기한 이야기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가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이원론에 관한 난해한 문제를 시사한다.

마이크는 도끼가 목에 떨어진 후로는 의식이 없었을 것이다. 마이크의 움직임은 단순한 반사작용이었다(혹은 그렇게 추정된다). 마이크가 자율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반사신경이 어딘가에 남겨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마이크가 실제로 죽은 것은 언제일까? 콜로라도에서 의식을 잃은 1945년인가? 아니면 1947년 피닉스에서 심장이 멈췄을 때인가? 수천 명이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보려고 했던 존재는 머리 없이 살아 있는 닭인가, 아니면 좀비인가?
  
 

두 가지 종류의 죽음

그 사람은 죽어서 
이 세상에 없는데, 
그 사람의 육체는 
살아 있는 상황이 가능한가?

역사 이래 사람이 언제 죽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비교적 간단했다. 의식과 호흡, 심장박동이 거의 같은 시점에 멈췄고, 따라서 죽음의 시점에 대한 우리의 개념도 단순했다. 유기체가 기능을 멈추는 즉각적이고 비가역적인 변화.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했지만, 어느 한순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출처: <뉴필로소퍼>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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