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삼쩜영] 정말 멋지다 너!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2/27
  첫째는 교과서처럼 자란 아이다. 임신출산 대백과에서 아이가 이쯤이면 뒤집고, 이쯤이면 걷는다고 언급돼 있으면 아이는 여지 없이 그 시기가 되면 뒤집고 걸었다. 언어 발달도 마찬가지였다. 18개월쯤 문장을 말할 수 있다더니, 정말 18개월이 되자 '물 줘' '김 줘' 같은 간단한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기저귀 떼는 건 좀 오래 걸렸다. 뗄 무렵쯤 둘째가 갑자기 조산으로 태어나면서, 하던 연습을 중단하고 몇 개월 뒤 다시 시도해야 했다. 계속 되는 손빨래로 내 어깨가 망가질쯤 아이는 기저귀를 뗐다.

  발달이 비교적 정확한 순서를 따랐던 것에 비해 운동신경은 그렇지 않았다. 어릴 땐 잘 모르다가 아이가 유치원생이 되고부터는 확연히 친구들과 차이가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여기저기 매달리고 싶어했지만, 어딘가 엉성하고 조금씩 느렸다. 철봉에 매달렸다 떨어질 때도, 떨어질 타이밍이 아닌데 갑자기 바닥으로 내려와 철푸덕 넘어지기 일쑤였다. 구름사다리를 제대로 잡고 건너지 못했고, 그네를 혼자 타는 법은 오래 배워도 잘 익히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자신이 잘 한다고 믿었다.

  초등학생이 되어 줄넘기를 하기 시작했다. 운동신경이 좋은 아이들은 수십 개를 가볍게 넘기는데, 아이는 한두 번도 간신히 넘겼다.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열 번쯤 연속해 넘을 수 있게 되었지만, 뛰면 뛸수록 양팔이 벌어져 수십 개씩 뛰어넘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아무리 팔을 벌리지 말고 뛰어라 코치를 해보아도, 아이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최대 많이 뛰어야 간신히 스무 개 정도. 아이의 실력은 계속 정체되었다. 그 사이 다른 친구들은 실력이 급상승해 한번에 백 개를 넘기기도 했다. 실력이 잘 늘지 않자 아이의 줄넘기에 대한 관심도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다 몇 달 전부터 학교에서 직접 외부 줄넘기 선생님을 모셔와 아이들과 아침마다 음악줄넘기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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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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