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애도기간에 반대합니다

김민준
김민준 · 글 쓰고 읽고 생각하는 20대
2022/11/02
믿기 어려운 참담한 일이 있었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마음을 추스르기 어렵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앞서고 있다. 나는 '국가애도기간'을 설정한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고자 이 글을 쓴다.

#1. 1989년 영국 힐스버러 참사
국가가 애도의 방향을 정해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힐스버러 참사 20주기를 맞아 준비된 현수막 (출처: 위키피디아)

33년 전, 영국에서도 이번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역사 속에 '힐스버러 참사(Hillsborough disaster)'라고 이름 붙여진 이 사건은 영국 축구협회컵(FA Cup) 준결승전 경기장에서 리버풀 팬 96명이 압사 사고로 숨진 비극이다. 이 참사가 발생한 9개월 뒤에 나온 조사보고서에서는 사고 원인을 ‘술 취해 입장권 없이 경기장 안으로 밀고 들어온 리버풀 팬들의 폭거 때문’이라고 기재했다. 사망 원인을 ‘사고사(accidental death)’로 결론 지은 것이다.

당연히 이런 결론을 납득하기 어려웠을 유족들과 리버풀 팬들은 끈질기게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렇게 현장 경찰이 책임을 피하려고 은폐, 조작한 증거와 강압과 회유에 의한 증언을 바탕으로 1차 조사보고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 밝혀졌는데, 그게 2016년이다. 끊임없는 진상규명 요구로 인해 2012년 진상을 밝히기 위한 재판이 열렸고 당시 참사가 ‘중대한 직무유기(grossly negligent failures)로 인한 과실치사(unlawfully killed)’라는 판결이 2016년 내려진 것이다.

20 여 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이 슬픈 참사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하지 말고 이미 정해진 결론대로 사고하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강요를 한 건 경찰뿐만이 아니다. 사고가 일어난 4일 뒤에 영국의 우익 매체 더 선(The Sun)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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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을 씁니다. 청년정책 및 거버넌스 관련해서 활동하는 활동가이기도 하고요, 정당에도 몸담고 있는 중이에요. instagram @minjun7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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