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와 <인형의 집>이 비슷해 보이는 이유

윤지연 · 교사
2023/12/12
채만식, <탁류>

<탁류>와 <인형의 집>이 비슷해 보이는 이유


이 사람들도 자식을 위해 애쓰는 정성은 매일반이다. 결과야 물론 자식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것 을 좌우하게 되지마는, 그야 무지한 탓이지 범연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가난과 한가지로 무지도 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큰 원인이요, 그래서 그 사람들 에게는 양식과 동시에 지식도 적절히 필요하다.
승재는 생각을 하면서 절절히 그것을 여겨 고개를 끄덕거린다.
   
약혼을 한다고 모여 앉기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약혼인지 알 사람도 없거니와, 분별을 할 사람도 없어, 음식상이 들어오도록 약혼반지는 태수의 포켓 속에 가서 들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령 결혼식이라면 명망가라는 사람을 청해 오든지 목사님을 모셔 오든지 했겠지만, 그럼 약혼식이니 명망가의 다음가는 사람이나 부목사를 불러올 것이냐 하면, 그건 그럴 수야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일은 좀 싱거웠고, 일이 싱거운지라 자리가 또한 싱거워 놔서, 전원이 모여 앉은 지는 한 시간이로되, 초봉이는 너무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앉았기 때문에 충혈이 되어서 얼굴이 아프고, 형주는 장난을 못 해서 좀이 쑤시고, 태수는 장인영감이 될 정주사의 앞이라서 담배를 못 피워 입 안이 텁텁하고, 정주사는 인제 혀가 갈라진 줄도 모르고 귀한 해태표를 연신 갈아 피우면 서 탑삭부리 한참봉더러, 옛날 우리 조선 사신이 상국(上國: 송·명)에 갔다가 글재주와 꾀로써 거기 사람을 혼내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되, 자리가 자리인 만큼 탑삭부리 한참봉이 거 묵은 셈조간을...... 이런 소리를 하지 못하는 그 속이 고소했고, (후략)
   
승재는 그때만 해도 계몽이라면 덮어놓고 큰 수가 나는 줄만 여길 적이라 첫마디에 승낙을 했고, 이내 일 년 넘겨 매일 꾸준히 시간을 보아주어는 왔었다. (중략) 새삼스럽게 모두 한심했다. 하기야 승재가 처음에 그다지 와락 당겨하던 것은 어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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