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으로 밥은 먹입시다 - 대학생에게 '천원의 아침밥'의 의미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4/09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 중인 한 대학 식당의 아침식사 모습. 출처-농축유통신문

양곡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회의 자리에서 여당의 한 최고위원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하자"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남는 양곡을 무작정 정부가 고가로 매입해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며, 대통령이 국회가 제정한 양곡법을 거부하면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복안이었다. 뭐라도 해야겠으나 마땅치 않으니, 머릿속에 잠깐 스친 생각을 숙고하지 않고 내놓은 것일 테다. 

사람들은 "밥 한공기 다 먹기"와 같은 낡은 레토릭에서 풍기는 '새마을운동'을 연상시키는 뉘앙스 때문에, 이런 발언 자체를 너무 촌스럽고, 퇴행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달라진 식생활 세태와도 맞지 않아,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동의한다. 순식간에 취향과 생활 감각을 5~60년 전으로 돌려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켜켜이 누적된 양곡 문제가 고작 밥  한 숟가락 더 뜬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다만 이와 관련된 과도한 비판이 여러 갈래로 번져 덩달아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천 원의 아침밥' 정책마저 함께 싸잡아 조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대학에 있다보니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먹는 일이 얼마나 고단하고 어려운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누구나가 먹는다. 아주 적게 먹거나 혹은 너무 많이 먹기도 한다. 때로는 좋은 음식만을 골라 먹거나 나쁜 음식인지를 알면서 계속 먹기도 한다. ‘먹방’을 보면서 먹는 사람도 늘었다. 과거에 먹은 음식이 아름다운 추억인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음식은 그저 삶을 지속하는 생물학적 연료일 뿐인 경우도 있다. 먹는 모습과 먹기의 의미가 차이나는 이유는 서로 간의 경제적 · 문화적 · 감정...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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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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