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장감 고발하는 실화소설 2화 - 담임 교체는 학부모 소원?

송선형
송선형 인증된 계정 · 가론. 삼남매 엄마이자 사업가
2023/08/18

”지금 당장 학교에 오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교장선생님께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전화 속의 목소리는 다급하기보다는 뻔뻔했다. 
아무리 학교에서 학부모를 부르는 거라 해도 학생에게 직접적인 이슈가 없는데 당장 오라 가라 하다니. 부른 이유가 예상이 가서 더욱 한숨이 났다. 

20분 후 교장실.
지식 씨는 바로 옆에 앉은 부회장 엄마의 허벅지 맨살에 머무는 시선을 몰래 감추며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여유가 없었으면 저렇게 짧은 반바지 차림에 캡모자를 쓴 채로 학교 교장실에 왔을까. 아마도 밖에서 편하게 있다가 급하게 온 모양인데. 다시 한번 학교의 갑작스런 호출이 더욱 무례하게 느껴졌다. 그냥 내가 오늘은 안 된다고 파토낼 걸 그랬나. 

교장선생님답게 용건은 드러나지 않는 서두가 길었다. 훈화말씀을 가장한 사탕발림으로 들렸다. 
물론 그 지지부진한 문장의 나열 끝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이래저래하니 담임을 바꾸는 게 좋겠죠?“

부회장 엄마는 모자 캡으로 눈빛을 감춘 채 대답했다. 목소리에 약간의 권태와 얼른 나가고 싶다는 기운이 묻어난 채로. 

”네. 교장선생님 뜻대로 하세요“

지식 씨는 그 말에 동조할 수 없었다. 태생적인 넌씨눈 정신과 할 말은 하는 고지식함으로 한결같이 살아온 인생,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아니오. 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담임선생님 교체에 대한 제 의견을 듣고 싶으시다면 저는 빼 주십시오.“

순간 교장, 교감의 눈초리가 지식 씨에게 꽂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녀는 소신을 더 드러내기로 했다. 

”여교사가 출산했다고 담임에서 배제되는 일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교감 선생님 말씀 처음 들을 때는 제가 곧바로 의견을 말씀드릴 여유가 없었습니다만, 원래부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통화할 때 담임교체 확정이라고 말씀해주시지도 않았었고요.“

교감의 입술에 칠해진 립스틱 라인이 보기 불편하게 뒤틀렸다.
교장이 교감을 보며 말했다. 

“이거 어떻게 된 건가요?”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

동그랗게 커지는 교감의 눈매와 비틀린 입술선의 부조화가 가관이었다.

”교감선생님. 저한테 화요일에 두 번 전화하셨잖아요. 제 핸드폰에 기록 있습니다. 보실래요?“

지식 씨는 폰을 들어 교장 앞으로 내밀었다. 교장의 표정 또한 형용할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식 씨는 티나게 날숨을 뱉으며 말했다.

“당사자이신 담임선생님께 지금 전화 드려볼까요? 의견이 어떠신지“

그 순간 교장과 교감의 손이 동시에 올라갔다.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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