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1/23

스테인리스 포트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고 김을 내뿜더니 자동으로 딸깍 꺼졌다. 캡슐 커피를 내려 따뜻한 물을 따랐다. 커피 향을 맡고 두 손으로 컵을 움켜잡으니, 온기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오래된 커피포트를 바라본다. 결혼할 때 구입한 전기 포트는 벌써 십 년이 넘었다.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눈가에도 주름이 하나둘 생기는 내 얼굴과는 달리, 전기포트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테인리스 얼룩도 한 번씩 구연산을 넣어 끓이고 세척해 주면 새것처럼 깔끔하다.

어릴 때 엄마는 내 손에 들어가는 물건은 살아서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물건을 조심성 없이 다루어 망가뜨리는 일이 잦았다. 물건을 멀쩡하게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환경에나 경제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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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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