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게임과 역사성

박희인
박희인 · Ludology
2023/09/14
게임은 방치되지 않고 개발자와 플레이어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어떤 전술이 대부분의 전술을 압도해 버리거나, 게임성을 훼손하는 전술이 팽배하면, 개발자는 게임 내 요소를 조정하여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한다. 이렇게 변한 게임의 판도에서 플레이어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새로운 전술을 모색한다. 양상이 변하는 과정은 변화 이전과 이후를 분리하면서 역사를 만들어낸다. 이 역사는 '메타'라고 불리기도 한다.

메타라고 불리는 ‘메타 게임’은 ‘게임 외부의 게임’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며,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E-스포츠에서는 ‘게임을 지배하는 환경이나 트렌드’로 이해된다. (Kokkinakis et al., 2021)[1] 메타는 게임을 이기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인을 플레이어에게 제시하고, 그에 따라 전략-전술을 수정하도록 요구한다. 플레이어의 전략-전술은 최적화되고, 게임의 환경은 어떠한 양상으로 수렴한다.

메타는 플레이어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형성되는 동시에 개발자에 의해 새롭게 정의된다. 플레이어와 개발자 둘 다 메타를 바꾸지만, 개발자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주도한다. 개발자는 플레이어의 목표와 실행할 수 있는 행위를 제시한다. 이때 플레이어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정하기보단,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인과 관계로 엮고 흩뿌린다.

체스에서 첫 번째 턴을 가진 흰색 플레이어는 흔히 폰-e4를 두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체스 디자이너에 의해 강제된 수가 아니다. 디자이너는 그저 양쪽 플레이어가 턴을 주고받는다는 기본 규칙과 각 기물의 움직임(폰은 앞으로만 갈 수 있으며, 처음 움직일 때 두 칸 앞으로 갈 수 있다. 폰은 대각선 앞의 기물을 잡을 수 있다)만이 정해두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오랜 연구를 거쳐 폰-e4가 대체로 전술적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수임을 플레이어들이 파악했고, 플레이어의 전술은 폰-e4를 중심으로 최적화되었다. 격자판 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를 플레이어가 골라 사용하면서 첫 수에 대한 체스의 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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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연구합니다. 뉴 미디어 이론에서부터 형식적 게임 표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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