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1/16
눈..  첫눈...
대구가 고향인 저는 눈이 오면 강아지 마냥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지요. 대구란 곳이 몇 년에 눈이 한 번 올까말까 하고 와도 거의 쌓이지 않을만큼 쬐끔 오는지라 어쩌다 하얗게 소복히 쌓이면 괜히 설레서 집에 있질 못하고 쓸데없이 쏘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다 눈이 웬수로 바뀐 건 결혼 후 강릉에 살면서부터 였습니다.
비도 많이 오고 겨울이면 툭하면 눈이 내리더군요. 그것도 한 3일 연거퍼 오면 온 세상이 은세계로 변하는 걸 넘어 아주 아수라장이 되어버립니다.
길이 막혀 차로 10분 거리가 2시간이 걸리고 기름을 못넣어 난방이 끊기는 집이 속출하고 비와 달리 어디로 흘러가질 못하니 다 녹을 때까지 어디엔가에 쌓아놓아야 하고 서서히 녹으며 밑의 먼지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피해가 말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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