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등산화 고민담 3 - 잠발란 과잉 보호는 괜찮은 걸까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11/10


외출하기 좋은 날씨가 아주 짧게 유지되는 10월 중에 괜찮은 등산화를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한 대로, 10월이 다 가기 전에 마음에 드는 등산화를  찾아내는 데에 성공하고 말았다. 여기서 잠시 지난 줄거리를 요약하자.

날씨도 좋고 등산이나 가자는 친구들 제안에 따라 관악산에 가기로 한 나는 집에 있던 등산화, 혹은 등산화에 준하는 신발들을 뒤적여 보고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싶어 새로 한 켤레를 사려다, 있는 신발이나 잘 써먹어보자는 생각에 나이키 에어 맥스를 개조하고 난리법석을 피웠다. 등산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 보기엔 자동차가 없다고 자전거를 개조하는 꼴 못지 않게 어처구니 없는 짓일 텐데, 다행히 나도 실전에 투입하기 전에 실험을 할 정신은 있었기에 신발 개조는 포기하게 되었다. 대신에 관악산 정복에 투입된 것은 비브람창을 채택한 목토 부츠였다. 초보도 무리 없이 갈 수 있다는 말에 진짜 등산화를 급히 결정할 필요는 없겠다고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 까닭이다.
그리고 무엇 하나 똑같지 않은 돌덩이로 이루어져 끊임없이 발 건강을 위협하는 ‘너덜길’을 체험한 끝에 간신히 연주대를 보고 내려온 나는 곧바로 등산화를 찾아서 중고 장터를 헤매기 시작했다. 이십여 년만에 다시 찾은 산이 좋긴 했는데 잘못하다간 족저근막염의 쁘띠 지옥을 다시 맛보게 될 것 같았으니까.

그리하여 오랜 시간 장터 잠복과 검색을 지속하던 나는 당근에 ‘잠발란 울트라라이트’가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잠발란! 최초로 등산화에 부착할 고무창을 만들어낸 비브람과 한 세기 가까이 등산화를 만들어온 전통의 브랜드가 아닌가! 매물은 그중에서도 ‘울트라 라이트’라는 모델로, 튼튼한 중등산화이면서도 가벼운 무게와 아름다운 외관이 돋보이는 등산화였다. 나는 곧바로 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등산화에 사로잡혀 번민의 시간을 보냈다. 대단한 산을 길게 다닐 것도 아니면서 과한 물건을 산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후기를 찾아보니 접지력이 좋지는 않다는 평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중에서 특히 접지력 문제가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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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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