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적체질 ㅣ 마초, 속물, 꼰대 그리고 잉여
2023/11/13
당신이 결혼 따위 생각하지 않는 여자였으면 좋겠어 우리 그냥 연애만 하자 사랑이 현실에 갇히는 건 끔찍해 결혼은 천민들의 보험일 뿐이야 진부해 그냥 연애만 하자 서로의 눈을 바라보자구 구속하는 일 따위 구역질난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야지 밤에 내게 전화하는 건 구속받는 기분이어서 싫더라 주말에 약속 잡는 사람들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정서적 난민 같아 주말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어야지 당신은 내게 뭔가 요구하지 않을 사람 같아서 참 마음에 들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이야 천박해 그러니 우리 쿨하게 연애하자구 참, 내가 전화 받기 곤란할 만큼 바쁜 사람이란 거 알지 ? 전화는 항상 내가 먼저 할게 사랑해 이런 느낌 처음인 것 같다 우리 좀더 일찍 만날 걸 그랬지 ?
- 유부남 전문, 시집 상처적 체질
마초란 근육 있는 남자'다. 시인 류근'은 마초다. 잘생긴 얼굴에 상대를 홀릴 만한 말'을 가졌으니,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눈물바람을 낸 여자 많았을 것이다. 고래 힘줄 같은 정력으로 잘록한 허리를 거칠게 휘어감으면 여성들은, 아... 탄산음료 같은 황홀한 탄성이 쏟아지리라. 시에 등장한 사내는 사랑이 현실에 갇히는 건 " 끔찍해 " 하고, 결혼 제도는 " 진부해 " 하며, 서로의 사생활은 " 존중해 " 야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는 쿨하고 리버럴해서 좋다. 하지만 주말에 약속을 잡는 사람들 정말 " 이해 " 할 수 없다고 할 때부터 뭔가 좀 이상하게 흘러간다.
상대방을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