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사랑과 안정된 관계를 오가는 로맨스 스릴러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2/21
 세상은 사랑을 아름답게들 묘사하지만, 사랑만큼 삶을 뒤틀어 괴롭게 하는 것도 그리 많지는 않다. 사랑이란 마음처럼 일어나지 않는 것,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선 안 되는 때 일어나는 일이 얼마만큼 많은가.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또 내가 관심 없는 이가 나를 사랑하는 것, 사랑보다는 이 같은 엇갈림이 차라리 흔하다고 불러야 할 것이다.
 
대문호라는 호칭을 받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남녀의 엇갈림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제 재능을 살려 써내려간 소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백야>인데, 짧은 만남 가운데 남녀의 엇갈리는 모습을 담은 단편으로 수백 년을 건너 큰 관심을 받았다. 백야가 이어지는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밤, 우연히 한 여자를 구한 남자가 그녀와 연일 만나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눈다. 그로부터 어떤 마음들이 피어나고 일어나며 엇갈리다 사그라진다.
 
소설이 세기를 건너 살아남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이 소설의 중심을 흐르는 남녀의 미묘한 마음, 그 엇갈림이 오늘날 우리네 세태 속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 한 몫을 하고 있을 테다. 이 소설에 영감을 받은 이 가운데는 창작자 또한 적지 않았는데, 그중 할리우드에서 잔뼈 굵은 작가 제임스 그레이가 있었다.
 
▲ 영화 <투 러버스> 포스터 ⓒ 수키픽쳐스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할리우드까지

그레이는 이 소설로부터 착안하여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투 러버스>가 되겠다. 그레이의 대표작 가운데 한 편으로 기억되는 이 영화는 각본부터 남다르단 평가를 받으며 상업적으로 규모가 작은 작품임에도 호아킨 피닉스, 기네스 펠트로, 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이름난 배우들이 출연을 확정지었다.

이야기는 한 겨울 물속에 뛰어든 한 남자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물 밖으로 끄집어내진다. 그렇게 살아난 그는 물로 뛰어든 제 모습을 감추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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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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