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죽음으로 이끈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 - <운영전>이 말하는 사랑과 이별(5)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4/14
운영전 삽화(주유진 작가, 2013 산그림갤러리)

유교 사회에서 허락되지 않은 사랑으로 인해 죽게 되었던 운영과 김진사는 원귀가 되어 수성궁을 찾은 유영 앞에 나타나 자신들의 사연을 풀어낸다. 친숙한 모습으로 유영 앞에 등장한 원귀 운영은 유영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하소연의 준비를 시작한다.
   
깊고 깊은 궁궐에서 이별한 옛 연인, 
하늘이 맺어준 인연 다하지 않아 뜻밖에 만났네.
몇 번이나 꽃이 활짝 핀 봄날을 슬퍼했던고?
구름 되고 비가 되어 즐김은 한갓 꿈일 뿐인 것을
지난 일 모두 닳아 없어져 티끌이 되었건만,
공연히 우리로 하여금 눈물로 수건을 적시게 하네.
   
위의 인용문은 운영이 유영을 만났을 때 부른 노래이다. 이 노래에서 운영은 지난날을 회상하면 눈물이 흐른다는 말로 유영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자세한 사연은 드러나지 않지만, 노래를 부른 이후 눈물을 흘리는 운영의 모습이 더해지면서 유영은 운영과 김진사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유영은 그들의 사연을 알고자 한다. 이로써 운영은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을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운영이 안평대군의 궁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유영은 그들의 사연을 몹시도 궁금해 한다.
   
말을 꺼내었으되 다 하지 않는다면, 이는 아예 처음부터 말을 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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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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