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문화 2 - <릴리 마를렌>과 두 개의 죽음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0/06
<릴리 마를렌>을 부른 마를렌 디트리히의 영화 속 모습 - 출처 : 위키백과
    <릴리 마를렌>을 들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의 앞에는 두 개의 죽음이 있다. 하나는 초록의 시절에서 붉은 시절까지 겪을 것을 온전히 다 겪고 낙엽으로 떨어지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번개에 맞아 허리가 부러진 나무가 되어 쓰러지는 죽음이다. 간단하게는 자연사와 사고사로 부른다. 

      모두가 자연사를 꿈꾸지만, 의지만으로 자연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택하지도 않은 사고가 죽음의 옷을 입고 막무가내로 찾아들기 때문이다. 운 좋게 자연사를 맞는다고 해도 마냥 편안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수명이 길어지며 죽음으로 향하는 풍경이 점점 더 아름다움과 편안함에서 멀어지고 있다. 흉하기까지 해서 본인이 과연 원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버티기이지 자연사가 아닐 수도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죽음에 대한 사유는 오히려 쪼그라지고 부박해졌다. 질병과 추함으로 여긴다. 불행하게도 우리 시대의 죽음에 대한 사유는 부러진 나무 같은 죽음 쪽으로 너무 많이 치우쳐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이태원, 리비아의 데르나, 하와이의 마우이 등 장소를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죽음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런 죽음에 대한 집요한 미디어의 경쟁이 치우침을 유도한다. 

    두 번째 죽음(사고사)이 만든 파도가 자주 시대를 치면 죽음에 대한 사유는 일그러진다. ...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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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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