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죽음의 바다>가 당신의 눈물을 짜내는 방법
2024/01/18
※'고대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는 얼핏 기존의 천만 영화와 거리를 둔 것처럼 보인다. 천만 영화들이 고질적으로 앓는 ‘신파’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에 이르러, 영화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눈물을 짜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신과 함께> 시리즈나 <7번방의 선물>이 구사했던 방식과는 결이 약간 다르다.
전반부까지 <노량: 죽음의 바다>는 절제된 톤을 선보인다. 이순신 장군(김윤석)역은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여느 신파극처럼) 구구절절 슬픔을 토해내며 오열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충격으로 황폐해진 동공과, 그럼에도 비극을 극복하려 애쓰는 투박한 몸짓을 보여준다. 이런 연출은 제법 세련미를 느끼게 한다. 초반에는 말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노량해전이 시작되며, 영화는 마치 거북선 용머리가 불을 뿜듯이 신파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기법이 동원된다.
먼저 카메라는 이순...
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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