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를 혼자 먹으면 생기는 일 -

김싸부
김싸부 · 한줄로 소개 못함
2022/09/27

가족과 함께 자주 가는 돈까스 집이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돈까스를 두 개만 시켜도 충분했는데, 아이가 점점 커가니 양이 애매해졌다. 셋이서 두 개를 시키자니 조금 부족했고, 세 개를 시키자니 너무 많았다.

   남기느니 적당히 부족한 게 낫지 않나 싶어서 두 개만 먹기로 교통정리를 했다. 가장 최근에 돈까스를 먹었을 때 평소보다 좀 작은 크기가 나온 듯 보였다. 먹고 나니 아쉬움이 너무 컸다. 조만간 혼자 와서 제대로 먹으면 만족이 있겠지 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점심시간에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그걸 마치고 돈까스 집으로 즐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마주한 돈까스는 평소보다 커 보였다. ‘나이스’를 외치며 한입 두 입 먹으며 반 정도로 먹었는데 문득 차분해져 버려서 포크를 내려놓고 중얼거렸다. 이 맛이 아닌데...

   분명 맛이 있었고 배도 기분 좋게 불러오는데, 평소 아내와 아이랑 먹었을 때 그 맛이 나질 않았다. 뭐가 빠진 거지. 아, 부족함이 빠졌구나. 부족해서 맛있었던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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