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지극히 사적인
지극히 사적인 · 페미니즘
2022/11/29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내가 버텨온 흔적이 있고, 기쁨이 남은 자리에는 내가 돌아보지 못한 다른 슬픔이 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삶 같지만, 실은 한자리 꽂혀 한자리에서 늙어가는 식물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 수명을 다한 식물을 뽑아내다보면 흙 위에서 어떤 꽃을 피웠고, 어떻게 시들었든 한결같이 넓고 깊은 흙을 움켜쥐고 있다. 바닥을 치고 딛는 힘이 강할수록 꽃도 열매도 실하다.

사는 게 어려울 때, 마음이 정체될 때, 옴짝달싹할 수 없게 이것이 내 삶의 바닥이다 싶을 때, 섣불리 솟구치지 않고 그 바닥까지도 기어이 내 것으로 움켜쥐는 힘, 낮고 낮은 삶 사는 우리에게 부디 그런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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