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감정을 내려두고 일상으로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1/26
어제는 종일 마음이 이상했다. 오묘했다고 해야 할까. 그제 저녁 책이 출간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섬에 사는지라 아직 나도 실물을 보진 못했지만, 온라인 서점에는 책이 속속 올라가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반복적으로 상상해왔던 순간인가. 그럼에도 실제 그 순간이 되니 기분은 예상치 못한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오묘하기 짝이 없었다. 마냥 기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슬픈 건 더더욱 아닌데, 글 쓰는 사람이 글로 옮길 수 없는 감정을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출간 소식을 듣고 우선 걱정이 된 건 과연 책이 팔리긴 하겠냐는 지극히 원초적인 부분이었다. 솔직히 브런치, 얼룩소에서나 나를 알아보는 극소수의 사람이 있는 거지, 누가 나를 알까.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활동을 하지만, 매일 쓰는 것도 아니고 기자 이름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글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공모전에서 상을 받아 대대적으로 홍보가 이뤄지는 상황도 아니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인 것.
   
‘이제 내 손을 떠났네’하고 넋 놓고 운에 맡기고 싶지만 출판사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내 글을 알아주고 믿어준 곳인데 손해를 보면 어쩌지. 본전이라도 챙겨야 할텐데. 1쇄로 1500부를 찍었다는데 이걸 언제 다 파나 싶었다. 결국 나는 카페 인스타 계정에 책을 소개했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뻔뻔하게. 근사한 말로 포장했지만 ‘결국 좀 사주세요’라는 뜻을 전한 것. 카톡 프로필 사진도 책으로 바꿔 두었다. 누구라도 보고 사달라고. 모양이 빠져도 어쩔 수 없다. 몇 권이라도 나가야 폐가 안 되지.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삶은 결코 우아한 그림이 아니다.
   
인스타 피드를 보고 함께 글을 쓰는 멤버 하나가 예고도 없이 다음 날 카페를 찾았다.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1.1K
팔로워 1.4K
팔로잉 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