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옥 주연영화 "완령옥"

심두보 · 번역가, 평론가, 교사
2024/02/05
장만옥 주연의 영화 <완령옥>(阮玲玉, Center Stage, 1991)을 다시 봤다. 1930년대 중국영화 최고 스타였던 완령옥의 짧은 생애를 다룬 영화로 처음 봤을 때보다 이것저것 보이는 게 더 많았다.

나는 완령옥을 김염에 관한 논문을 쓰다 알게 되었다. 알음알음 알려졌듯이 김염(본명 김덕린, 중국어 진옌 Jin Yan, 金焰)은 일제시대 중국에 건너가 중국영화 최대스타가 되었던 조선인인데, 자연스레 1930년대 인기 영화에서 완령옥과 남녀주연을 맡곤 했다. 김염의 생애를 따라가면 조선 독립운동과 근대 동아시아 디아스포라의 일면, 그리고 상하이가 지닌 문화사적 의미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다.

김염의 아버지 김필순(金弼淳) 지사는 국가보훈처가 ‘2023년 2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한 인물이다. 함께 선정된 이가 무려 안창남과 송몽규 선생이다. 김필순은 1908년 세브란스의학교 제1회 졸업생으로, 모교의 교수로 후진양성에 앞장선 동시에 신민회에 참여해 독립운동을 지원한 인물이다. 일제가 조작한 데라우치총독 암살 미수사건에 연루되자 검거를 피해 1911년 만주로 망명했으며, 1919년 치치하얼에서 의문의 병사를 했다.

중국에서 고아가 되다시피한 김염은 고모부인 김규식(임시정부 부주석을 지낸)의 집을 비롯해 여러 곳을 전전하다 자수성가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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