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바라는 이에게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4/05/24
 
죽음이 도처에 널려있다. 효율적이고 빠른 삶이 미덕인 시대라 의식하지 않을 뿐, 우리나라에만 매일 1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많은 이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누군가는 예상하지 못한 때에 사고로 죽거나 스스로의 의지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한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에서는 매일 36.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매해 사망자 수는 늘어나는데 기피시설인 화장시설을 새로 만들기는 어렵다 보니, 화장장이 두 곳뿐인 서울에서는 유명 공연을 티켓팅하듯이 화장 예약을 잡는 웃픈 현실을 볼 수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함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생을 마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발적인 죽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즉 삶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인함이다. 대부분 삶은 내가 바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나에게 닥쳐온 문제들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삶이 아닌 죽음을 생각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하나, 처음부터 남들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경우 죽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누군가는 가난, 고아, 신체의 질병과 같은 다양한 옵션을 갖고 태어난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 최소한의 교육과 인간다운 존엄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삶에 대한 의지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에 읽은 책의 저자들은 후자인 '남들과 출발선이 다른 경우'에 해당되었다. 그들은 출생과 동시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애인 부모와 가난'이라는 삶을 떠안았다. 하지만 이들은 (충분히 자살을 떠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죽음이 아닌 삶을 택한다. 


일인칭 가난, 안온 ⓒ 마티

이 책의 저자는 올해 26살로 20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다. 어려서부터 가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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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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