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6/02
*출처: Photo by KAL VISUALS on Unsplash


백수답게 살려고 애쓰는 중이다. 백수면 그냥 백수지 백수답게 사는 건 또 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세상천지 백수는 많아도 마음 편히 사는 백수는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몸만 편하지 마음은 불안함 가운데 살고 있을 것이다. 

회사를 관둔 지 어느덧 반년이 되어간다. 일할 때는 죽어라 안 가던 시간이 퇴사하고 나니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흘렀다. 회사 다니던 게 엊그제 같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체감상 보름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꽤 오래 망설였다. 솔직히 말해 꼬박 2년 정도는 매일 밤 고민했다. 관둘까 하다가도 이런저런 현실의 이유를 들어 다시 마음을 고쳐먹곤 했다. 어떻게든 내가 더 일해야만 하는 이유들을 떠올렸다.

솔직히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굳이 생각을 짜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도 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수십 가지는 족히 되었으니까. 물론 그중 첫 번째 이유는 늘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닌데 내가 일을 그만두는 것이 맞을까? 고스란히 아내에게 부담을 지우게 될 것 같아 미안했다. 밤마다 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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