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맛보는 음식 기행2] 우짜 한 그릇 먹고 웃자

박일환
박일환 · 시인, 저술가, 국어사전 탐방자.
2024/05/25
  항남우짜
   
  이명윤
   
  당신은 늘 우동 아니면 짜장
  왜 사는 게 그 모양인지
  시대적 교양 없이 물어보지 않을게요
  그래요, 그래서 우짜라구요
  우동이냐 짜장이냐
  이제 피곤한 선택은 끝장내 드리죠
  짜장에 우동 국물을 부어 태어난 우짜
  단짝 같은 메뉴끼리 사이좋게 가기로 해요
  화려한 풀코스 고급요리 식당이 진을 친 항남동
  눈치 볼 것 있나요 뒷골목 돌아
  친구처럼 기다리는 항남우짜로 오세요
  꿈틀대는 이마 주름에 꾸깃한 작업복
  당신도 면발계층이군요
  면발처럼 긴 가난을 말아 올려요
  입가에 덕지덕지 짜장웃음 바르고
  우동처럼 후루룩 웃어 보세요
  후딱 한 그릇 비우고 큰 걸음으로
  호주머니의 설움을 빠져 나가야죠
  달그락 우동그릇 씻는 소리
  가난한 날의 저녁이 달그락달그락 쉴 새 없이 몰려와요
  아저씨 또 오셨네요, 여기 우짜 한 그릇이요
  꼬깃한 지폐 들고 망설이다
  문을 열고 들어선 얼굴
  어쩌겠어요 삶이 진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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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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