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 정세랑이 다시 부활시킬까?
2023/11/29
실제 있었던 역사적 맥락에 허구의 미스터리를 섞어 쓴 이야기를 ‘역사 추리소설(Historical mystery novel)’이라고 한다. 한국보다는 영미문화권에서 더 많은 작가를 발견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엘리스 피터스(1913~1995)가 있다. 움베르토 에코가 ‘가장 뛰어난 현대 추리소설 작가’로 꼽은 그녀의 대표작 ‘캐드팰 시리즈’는 지금도 역사 추리 소설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작품으로 꼽히며, 12세기 영국 수도원의 모습을 가장 잘 재현한 픽션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상업적 성공 면에서는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에 수백 년 된 음모와 비밀조직이 존재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속에 그 비밀을 풀 암호들이 담겨 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활력 넘치는 역사 추리소설은 전세계적으로 8천만부나 팔리며 장르의 지평을 열었다.
한국에도 이런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조 시대 가상의 의금부 도사인 이명방이 지식인 그룹 ‘백탑파’와 함께 연쇄살인과 정치음모를 해결하는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는 “명품역사팩션”이란 칭송을 받았고,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에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수사를 했었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진 김상현의 <소설 정약용 살인사건(랜덤하우스코리아, 2006)>는 “다빈치 코드보다 더 재밌다”라는 독자들의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서양에 비해 한국에서 이 장르의 입지가 좁은 것은 사실이다. 작품 수도 적고 마니아층도 얕다. 대중들이 역사 공부를 즐기고 독서 문화도 발달한 나라에서 왜 역사 추리소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했을까? 추리소설 평론가 박광규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한다. “어떤 책을 읽으면 ‘뭔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