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정주를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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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06/20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원하는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투덜대는 자가 거주자들이 많아졌다. 우리 집 부동산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라 서울 대부분의 지역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사는 지역보다 좀 더 생활하기 편하다고 생각하는 곳들은 더 많이 올랐거나 원래 비쌌던 지역이기 때문에 희망사항에 따라 이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갑자기 큰돈이 필요해서 집을 팔고 떠나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쫓겨날 위험 없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누리며 살 수는 있는 사람이 자가 거주자다.

보통의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걸고 전월세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진 돈 안에서 머물 장소를 물색한다. 소유자가 갑자기 계약 종료를 통보하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2-3개월 전에 미리 주택 사용자에게 고지를 하기 때문에 좀 번거롭긴 하지만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보고 옮겨갈 궁리를 할 시간은 있다. 자가 거주자들보다는 불안정하지만 특정 지역에서의 자가 거주에 대한 욕망이 지나치게 크지만 않다면 그런대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것이 세입자의 삶이다.

정주에 관한 사람들의 욕망 혹은 욕심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대한민국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고 싶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터전은 망가진다. 전쟁이 일어나면 나의 땅임을 증명할 서류를 움켜쥐고 부산이나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인접국가에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방공호에 대피해 라면과 참치캔을 두고 사투를 벌이며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전쟁이 길어질 일이 없다는 말로 다시 집으로 가서 쉴 수 있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교전이 벌어진 지 100일이 지났다. 117일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 속에서 집은 파괴되고 사람은 떠났다. 인접한 폴란드로 하루에 14만 명씩 탈출했던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길어지는 타지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피란민을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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