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교를 가져보면 어떨까? : 기후 위기와 지구교
2023/03/04
지구교라고 하면 종교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종교 집단으로서의 '지구교'는 일본 SF 전쟁 소설인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지구교입니다. 해당 소설 속 세계관에서 지구는 인류 발상지이지만, 폐허가 된 곳으로 나옵니다. 우주 스케일의 이야기에서 인간이 지구에 살지 않는 모습을 그리면 통상 오염된 지구에서 인류가 탈출해서 다른 행성이나 항성계에 사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모티프가 많이 쓰인 바 있습니다. 『카우보이 비밥』에서는 우주 이동 수단 사고로 달 파편이 떨어져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서 지구를 그리고 있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경우, 지구를 탈출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구에 대한 설정이 역시 오염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그립니다. 오염된 지구를 정화하기 위해 인간에게 해로운 포자를 내뿜는 숲인 '부해(腐海)'를 설정하고 있지요.
종교(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모색하는 공부인입니다. 종교보다 종교적 인간, 종교문화, 미신 등 인간의 종교적 특성을 볼 수 있는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비종교 현상에서 종교적 특성을 읽어내기를 좋아합니다.
@몬스> '추상화된 대상'은 종교와 구분되는 어떤 가치체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는 전제 하에서 말씀드리면 맹목성이라는 특성으로 구분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이데올로기를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단일한 요소로 구분되지는 않을 것 같고요. 문화적 맥락, 기능론적 측면(초자연적 행위자 혹은 메커니즘을 활용한 초자연적 결과의 교환 과정) 등 종교 문화로 감지하게 하는 요소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가치체계도 종교로 발전할 수는 있는데, 그게 특정 시대/장소/문화에서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에 따라서 종교의 모습으로 남느냐 아니냐가 결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 박정희 숭배는 일부 지역과 집단에서 종교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만, 전국적으로는 정치적 맥락에서만 가치를 가지고 있지요. 종교적 차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벌인다면 정치적 활용의 폭을 좁히는 결과가 벌어지겠지요.
지구교까지는 이니지만, 말씀하신 어느정도의 느낌은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ㅎㅎ
종교와, 추상화된 대상과의 관계의 차이는 맹목성에서 오는 걸까요?
타나카 요시키는 원래 종교 집단에 대해 그리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작가가 아니니까요. 다만 지구교를 설정할 당시 그리 복잡한 생각을 하진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애초에 타나카 요시키는 기존 종교건 신흥 종교건 간에 '교리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선동하는 광신적 망상의 산물'이라는 생각 외엔 갖고 있지 않은 작가인지라 ㅎㅎ 게다가 은영전의 경우 그가 작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집필했던 시리즈라서 설정에 구멍이 상당히 많은 편이기도 하구요.
OVA(일부 은영전 팬들에게 구판, 혹은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은영전 애니)에서는 광신도적인 묘사나 면면을 더 강조하는 연출이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원작소설보다 더 음침한 세력이 되었고, DNT(2018년부터 시작한 TV 및 극장판 애니 시리즈)에서는 조금 더 체계가 잡혀 있는 세력이라는 느낌으로 등장합니다만 ㅎㅎ
@전업교양인> 반대 진영의 '믿음'을 포착해서 말씀해 주셨군요. 네 저도 거기에서 '-교'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학적 구원론'은 이야기할 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불안강박의 반작용으로 어떤 믿음이 강화된다면 그건 종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생태적인 가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극단에 있다면, 정 반대에는 기술 아포칼립스의 가능성이나 사회적 갈등의 심화를 외면하고 결국 발전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며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중이라는 테크놀로지 신낙관주의라고 부를 만한 믿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나카 요시키는 원래 종교 집단에 대해 그리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작가가 아니니까요. 다만 지구교를 설정할 당시 그리 복잡한 생각을 하진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애초에 타나카 요시키는 기존 종교건 신흥 종교건 간에 '교리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선동하는 광신적 망상의 산물'이라는 생각 외엔 갖고 있지 않은 작가인지라 ㅎㅎ 게다가 은영전의 경우 그가 작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집필했던 시리즈라서 설정에 구멍이 상당히 많은 편이기도 하구요.
OVA(일부 은영전 팬들에게 구판, 혹은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은영전 애니)에서는 광신도적인 묘사나 면면을 더 강조하는 연출이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원작소설보다 더 음침한 세력이 되었고, DNT(2018년부터 시작한 TV 및 극장판 애니 시리즈)에서는 조금 더 체계가 잡혀 있는 세력이라는 느낌으로 등장합니다만 ㅎㅎ
@전업교양인> 반대 진영의 '믿음'을 포착해서 말씀해 주셨군요. 네 저도 거기에서 '-교'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학적 구원론'은 이야기할 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불안강박의 반작용으로 어떤 믿음이 강화된다면 그건 종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생태적인 가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극단에 있다면, 정 반대에는 기술 아포칼립스의 가능성이나 사회적 갈등의 심화를 외면하고 결국 발전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며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중이라는 테크놀로지 신낙관주의라고 부를 만한 믿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몬스> '추상화된 대상'은 종교와 구분되는 어떤 가치체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는 전제 하에서 말씀드리면 맹목성이라는 특성으로 구분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이데올로기를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단일한 요소로 구분되지는 않을 것 같고요. 문화적 맥락, 기능론적 측면(초자연적 행위자 혹은 메커니즘을 활용한 초자연적 결과의 교환 과정) 등 종교 문화로 감지하게 하는 요소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가치체계도 종교로 발전할 수는 있는데, 그게 특정 시대/장소/문화에서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에 따라서 종교의 모습으로 남느냐 아니냐가 결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 박정희 숭배는 일부 지역과 집단에서 종교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만, 전국적으로는 정치적 맥락에서만 가치를 가지고 있지요. 종교적 차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벌인다면 정치적 활용의 폭을 좁히는 결과가 벌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