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2024/04/03
바틀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를 필사하는 일을 한다(지금이야 자판을 두드리면 되지만 바틀비가 살았던 시대에는 손으로 직접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베껴 쓰기의 왕, 필경사 바틀비. 열심히 베껴 쓰고, 게걸스럽게 베껴 쓰고, 성심성의껏 베껴 쓰고, 졸라 베껴 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필사 업무를 그만두고 사무실 벽만 우두커니 바라본다.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고용 노동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하지 않으니 태업처럼 보이지만 태업이라고 하기에는 기괴하다. 그는 먹지도 않는다. 잠을 자지도 않는다. 움직이지도 않는다. 마치 중량이 많이 나가는 사물의 상태처럼 보인다. 변호사가 해고를 해도 나가지 않는다. 돈을 주고 달래도 보지만 돈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