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나라의 난임 병원 졸업생 3]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세계로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4/04/22
1. “이 고통을 남자들은 절대 알 수 없지.”

출산 후 며칠 동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현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보통 이런 말은 아주 친한 친구 사이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많이 나왔었던 것 같다.) 출산 이후 입원을 하고 퇴원 후 조리원 입소하면서 만난 산부인과 의사, 간호사, 산후조리 담당자님, 마사지사, 모유수유 교육자님, 밥 챙겨주시는 담당자님이 비슷한 한 마디를 던지고 가신다.

이들과는 출산의 고통은 물론이고 출산 후 이어지는 훗배앓이, 회음부 통증, 빈혈, 젖몸살, 모유수유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 등 모든 고통의 단계를 함께 했다. “오늘은 00가 아프지 않아?”라든가 “어제보단 낫지?”등의 안부가 오간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이들과 오늘의 젖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하는 사이가 됐다.

출산 이후 짧다면 짧은, 2주간 완전히 다른 세계로 건너가기 전 어떠한 ‘완충지대’로 조리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장소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하겠지.

특히 내가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를 한 곳은 2층부터 7층까지 모두 출산과 관련한 장소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2층은 산부인과와 소아과, 3층은 분만실, 4층부터 5층은 입원실, 6층부터 7층은 산후조리원이었다. 이 때문에 나의 출산을 담당한 의사와 간호사들을 산후조리 기간에도 엘리베이터 등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여하튼 이 건물에서 보낸 2주 동안 나는 마치 일본의 유명한 소년만화 '원피스'에 등장했던 '여자들의 섬' 같은 곳에 사는 느낌이 들었다.
태어난 지 3일된 아기의 발. 발톱이 종이같다.
2. 출산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나는 1박 2일 입원, 13시간 진통, 과다 출혈에 후처치에서 수면마취를 한 케이스다. 병동에서도 '빨리 나온 케이스보다 2~3배는 힘들게 낳았네'라는 말을 듣는 산모가 됐다.

그래서인지 출산 후 내 상태를 보는 간호사샘이나 담당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겪은 경험과 ‘꿀팁’들을 알려주려고 했다. 처음 만난 나에게...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59
팔로워 87
팔로잉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