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ㅣ 수평으로써의 비닥
2023/11/03
가을은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라기보다는 시를 읽기 좋은 계절이 아닐까 싶다. 한때 시인이 되고 싶어 시작을 잠시 공부했으나 내적 발기가 부전하고 성정이 삐뚜름하며 성질머리가 오만하기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그 악한 심성이 방자하기 이를 데 없던 나는 습작 몇 편만 남기고는 아, 이제 그만. 그 시기에 내가 좋아했던 시인은 김신용, 함민복, 박형준, 김기택, 문태준이었다. 무엇보다도 문태준의 시집 << 가재미 >> 는 가장 아끼는 시집이다. 현대 시 특유의 자폐성이 없고 서정적 신파가 고루고루 섞여 있어서 읽기에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문태준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수평으로써의 바닥이다.
문태준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수평으로써의 바닥이다.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