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 사회심리학 이론을 덕질하고 있습니다.
2023/11/10
안녕하세요. 네이버 앱에서 작가님의 기고를 구독해 놓고 애독하고 있습니다. 애독한다고는 합니다만 먼저 양해를 구하자면 작가님의 주장에 대해서 통상 50% 정도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되 50% 정도는 명확하게 반대하는 편입니다. 작가님의 책 중에서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의 경우에는 제가 정말로 독서실에 틀어박혀서 노트북으로 내용 정리를 해 가며 있는 힘을 다해서 독해하려 했고, 또한 비판하려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얼룩소에 이렇게 방문해 주시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질문하신 바에 답하자면, 저는 누군가의 주장에 대한 동의나 부정이 글을 쓰게 만드는 동인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나가는 투로 짧게나마 제 입장을 밝힐 수는 있습니다만 '글을 쓴다' 고 표현할 만한 그런 활동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보다는 어떤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론적 다양성이 적다고 느낄 때 글을 쓰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안이 있을 때 100명의 사람들 중 90명 이상 정도는 모두 똑같이 특정한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10명 이하가 인식하는 방식은 아예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 그때는 제가 나서서 그 90명의 무리를 깨뜨려 흩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최근의 하나의 예를 들자면 저는 국내 인터넷 문화연구에서 (비판적) 담론 및 텍스트 분석이 과포화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비판적 담론분석으로 무장한 분들이 스스로를 문화 연구자로 소개하시면서 어떤 한 문장 길이의 발화를 사례로 가져다가 거대담론에다 연결짓는 모습들을 자주 보는데, 저는 이것 자체가 나쁜 관행이라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세상에 완벽한 접근법이란 없기에, 반드시 내러티브·생애사·에스노그라피와 같은 여러 대안적 접근법들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방법론적인 논쟁입니다만, 그와 동시에 그 방법론들이 기대는 인식론적 논쟁이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것이 기대는 특정한 인식론도 잊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에스노그라피를 통해서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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