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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평론가? 시민? ‘그냥’ 쓰는 위근우!

위근우
위근우 인증된 계정 · 비정규 마감노동자
2023/11/10

alookso 유두호


대중문화평론가라는 직함으로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는 위근우입니다.

굳이 ‘직함’이라 부연한 건, 평론가라는 것이 제 작업의 어떤 본질을 이룬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대중문화평론가라는 직업은 처음 등장했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도, 또 현재까지도 정확히 뭘 하겠다는 건지 어딘가 미심쩍은 이름입니다. 다만 직함이 없으면 호칭 자체를 껄끄러워하는 한국 사회에서 반백수 비정규 마감노동자가 스스로에게 붙이기엔 그럴싸한 직함이기도 합니다.

그 외 꽤 오랜 시간 대중문화 전문 웹매거진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경력 덕에 아직도 기자라는 호칭으로 불러주는 이들도 있고, 6년째 <경향신문>에 격주로 칼럼을 쓰는 덕에 칼럼니스트라는 호칭으로도 불립니다. 반백수 기간에도 책을 몇 권 냈는데, 책을 내서 좋은 건 세상의 어떤 놈팽이도 대충 작가라는 직함을 쓸 수 있기 때문이죠. 평론가, (전직) 기자, 칼럼니스트, 작가, 어쨌든 이 모든 직함은 글을 쓴다는 행위로 소급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평론가나 작가 등으로 호명됐을 때 그 호명에 내가 응할 때 상대가 기대하는 것, 내가 글로써 수행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종종 고민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직함을 수행하든 제게 있어 글을 쓴다는 건 공론장에 글을 기입하는 것이라는 공통의 맥락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난 10월 말, 남현희 씨에 대한 사기 결혼 이슈로 유명해진 전청조가 다른 사기를 위해 문자에 쓴 “I am 신뢰에요”란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일종의 밈으로 활용된 바 있습니다. 심지어 기업 마케팅에서도 사용했고요. 저는 그에 대한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꽤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기꾼이 사기를 위해 쓴 말을 단지 웃긴단 이유로 무비판적으로 사용해도 될지, 적어도 기업과 방송에선 지양해야 하지 않는지 질문했습니다. 이미 주말 예능인 <1박2일>과 <런닝맨>에서 사용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된 건 그 후였고요. 그 후 제 인스타그램 피드는 여타 연예기사에 인용되어 소신 발언, 일침 같은 말들로 소비되었습니다. 그러다 충주시 유튜브 공식 홍보 영상에도 사용된 걸 알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는데 그것 역시 기사화가 되더군요.

모든 게 부담스럽지만, 그 와중에 전청조 밈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기사가 나오고 제가 쓴 글이 인용될 땐 조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제 이름이 언급되어서, 혹은 제 의견이 옳다는 인정을 받아서가 아닙니다. 모두가 전청조 밈을 쓰는 와중에 ‘과연 그래도 될까?’라는 여론이 작은 목소리로나마 구체적 형태로 응집되었기 때문이죠. 최종적으로 전청조 밈 사용에 대한 우려가 과한 것이었다고 결론 나더라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쓰는 것보다는 한 번쯤 논의를 하며 밈 사용의 윤리적 차원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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