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장의 고독과 고통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3/22


2월 중에 스케이트를 타러 간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즐기는 후배 한 명이 서울시의 모 호텔에서 스케이트를 타봤더니 썩 좋았다며 갈 사람들을 모은 게 계기였는데, 나를 비롯해서 자주 보는 친구들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할 일이 좀처럼 없는지라, 이번 기회에 그런 스포츠의 맛을 쬐끔만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심산으로 팀을 꾸린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재미가 있든 없든간에 수필 한 편 분량의 이야깃거리는 생기겠거니 싶기도 했고.

그리하여 우리 팀 네 명은 한강진에서 만났다. 날씨가 흐려서 대단히 걱정이었는데 불행중 다행으로 비는 내리지 않았다. 다만 약속 장소가 문제였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그 동네는 번화가라고 할 만한 곳이긴 했으나, 찾는 사람들의 숫자에 비해 카페의 수가 너무 적어서 어딜 가도 자리가 없었다. 그럴듯한 대형 카페든 소형 카페든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 자리를 찾느라 헤매다 보니 내 방보다 넓은 대형 카페의 화장실에 자리잡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한참을 헤매다 결과적으로는 대로 뒤쪽 골목에 자리한 유명 카페의 야외석에 앉아 모두가 모이길 기다리며 커피도 마시고 잡담도 하게 되었다. 초미세먼지 수치가 130쯤 되어 야외석에 앉기는 정말로 싫었지만, 선택지가 없으니 가려 앉을 수가 없었다. 사실 초미세먼지만 머릿속에서 걷어내고 나면 나쁘지 않은 자리였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잡담을 나누고, 예정된 시간에 모두가 모여 호텔로 갔다. 내가 방문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그 호텔은 으리으리하다기보단 넓으면서도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흐린 날씨의 탓도 있었겠지만, 원래 로비를 별로 밝지 않게 유지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은 듯했다. 호그와트 같은 고성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길목 같은  분위기였다. 공기에선 옅은 향기도 감돌았는데, 제법 마음에 들었다.

지하에 내려가니 수영장과 스케이트장으로 이어지는 길목 앞에 접수처가 있었다. 원래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 외에는 스케이트 대여비가 포함된 이용권을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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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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