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지음 평전 『채광석 - 사랑은 어느 구비에서』-제4장 꽃보다 귀한 사랑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5/11
박선욱 지음 평전 『채광석 - 사랑은 어느 구비에서』-제4장 꽃보다 귀한 사랑
   
   
‘반달’이 맺어준 인연
   
안면도에서 몸과 마음을 푹 쉬고 온 광석은 서대문구 영천동에서 동생들과 하숙 생활을 시작했다. 인창고등학교 근처에서 골목길을 조금 내려가면 하숙집이 있었다. 광석은 그곳에서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신동엽 전집』 등 금서(禁書)를 틈틈이 읽는 가운데 복학을 준비했다. 또한 가끔 후배들을 만나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학내 현안과 운동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곤 했다.
광석은 그해 1974년 가을 학기의 이수과목 중에서 서양최근세사를 제외하고는 영미 문학비평 등 모든 전공과목에서 A를 받을 만큼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는 명석한 두뇌를 타고났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도 성실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광석은 이즈음 사대 야학 팀 멤버인 박부권, 유상덕, 박성규 등과 함께 하일동의 한 교회를 빌려서 ‘야학문제연구회’를 조직해 활동했다. 문리대 야학 팀에는 문화패 장만철(나중에 장선우라는 예명으로 영화감독이 된다)을 비롯하여 박연호, 천희상, 정성현 등이 포함돼 있었다. 문리대에서는 이호웅, 유영표, 김도연, 김정환 등이 독서 팀을 이끌고 있었다. 긴급조치라는 된서리를 맞은 뒤 학내 운동권 세력은 거의 대부분 독서 서클로 위장한 채 활동 중이었다.
6월 23일, 문인 반공법 위반 혐의 사건은 결심공판에서 이호철, 임헌영, 김우종, 장병희(장백일) 등이 각각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구형받았고 정을병은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구형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 후인 10월 31일, 그들은 모두 석방되었다. 세인들을 놀라게 한 ‘문인간첩단사건’ 치고는 너무나 허망한 결말로 끝나고 만 것이다.
1974년 8월 23일 박정희 대통령이 긴급조치 1, 4호를 해제했지만 구속자들은 여전히 감옥 안에 있었다. 천주교 원주교구의 지학순 주교가 김지하 시인을 통해 민청학련에 운동자금을 댔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귀국한 당일 김포공항에서 체포된 뒤 구속된 상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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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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