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외도 의심한 아내... 유혹을 주문하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2/15
중년의 위기라고들 말한다. 중년에 위기라니. 청년시절 품었던 꿈과 사랑, 이상과 열망이 어느덧 이뤄낸 것과 이룰 수 있는 것, 마침내 포기한 것들까지 하나둘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안정된 시기에 대체 무슨 위기가 있다는 건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청년들이나 날이 갈수록 쇠약해져만 가는 노년에게 위기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는가.
 
그러나 삶이란 복잡하여 인생 가운데 가장 안정된 국면에서도 위기가 피어나는 모양이다. 소설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같은 대중 콘텐츠 가운데 중년의 위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북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라거나 미국 드라마 산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위기의 주부들> 시리즈 같은 작품은 중년여성의 숨겨진 욕구를 상업적으로 자극한 것이 성공의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선호와 취향이 변화하고 그로부터 소비하는 것들까지 바뀐다는 건 그들의 삶 가운데서도 적잖은 변화가 감지된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삶을 바꾸고, 새로움을 갈망하게 하는 것일까.
 
▲ 클로이 포스터 ⓒ 시너지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 현실은 달랐다

캐서린(줄리안 무어 분)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사는 여자다. 주변에 입소문까지 난 산부인과 개업의로 종일 쉬는 시간 없이 일해야 할 만큼 성공가도를 달린다. 교수인 남편 데이빗(리암 니슨 분)은 중년의 나이에도 건장하고 잘 생긴 용모가 눈에 띄는 사람으로, 젊어서부터 아내를 지극히 생각하는 섬세하고 다정한 남자다. 여기에 무탈하게 잘 자란 아들까지 두고 있으니 캐서린 부부를 아는 이들은 그들이 도시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을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현실은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적잖이 다르다. 한때는 온 가족이 단란하게 어울렸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가족들 간에 온기를 느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캐서린도 데이빗도 서로의 업무로 너무나 바쁘고, 사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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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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