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유두의 시인성과 매너 문제에 관하여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5/26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작년 여름은 외출이라고 할 만한 외출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전보다 더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는데, 어디서 남자들 젖꼭지 도드라져 보이는 게 영 민망하고 보기에 편치 않다는 얘길 주워들은 뒤로 그 무신경함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좀 마음에 걸리는 옷들이 있긴 했다. 가령 아주 얇고 매끄러운 여름옷 몇 벌은 시원하게 입자고 생각하고 걸쳤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가슴이 처음에는 우습다가... 영 민망해서 다시 벗어버리는 경우가 제법 있었던 것이다. 반팔을 안에 껴 입어서 굴곡을 무마해보려는 시도도 당연히 해봤는데,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과학적으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옷의 두께와 유두의 높이를 계산해서 적정한 옷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게 그런 지식은 없는 터라 그렇게 얇은 옷들은 버리지 못한 자유의 갈망처럼 서랍장 안에 포개져 있다.

그럼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자. 유두가 도드라져 보이는 게 대체 뭐가 민망하단 말인가?
이건 복잡한 문제다. 무조건적으로 민망한 것은 아니니 구체적인 조건을 따져보자.

일단 여자가 있을 때 더 민망하다. 어지간히 격식 있는 자리가 아닌 다음에야 남자만 있는 자리에선 전혀 거리낄 게 없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노출이 당연한 자리라면 여자가 있든 없든 무방하다.  가령 해수욕장이라면 웃통을 벗고 있어도 유두가 어떻든 말든 대수롭진 않다. 아주 대수롭지 않다기 보다는 그냥 꼬락서니를 좀 감추고 싶다는 부끄러움 안에 포함되는 것 같다.
그리고 해수욕장이 아니더라도, 집 근처 시장이나 뒷산, 편의점 따위를 돌아다닐 때는 홑겹 냉감 티셔츠 한 벌로 다녀도 딱히 이상할 게 없다. 누가 몇 초 이상 볼 일이 없기 때문 아닐까?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파트 단지에서 웃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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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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