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이 부러울 때

선량
선량 · 글쓰기와 책쓰기를 하는 밀라네제
2023/08/14
한창 인스타그램에서 열심히 활동할 때 친해진 인친이 있었다. 직업도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매번 예쁘게 음식을 차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 게다가 얼굴도 예뻤다. 글솜씨도 남달랐다. 한 번씩 라방을 하면 들어와서 글쓰기에 대해 질문도 하고, 응원도 해주시던, sns에서 만난 사이였지만 꽤 친해진 경우였다. 
나는 그녀가 요리한 음식을 직접 그려 선물하기도 하고, 글을 유니크하게 쓰시니  긴 글을 써보시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녀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전 직장 동료의 인스타그램에서 그녀의 모습을 본 것이다. 
나는 아는 체를 했다.
“어머, 하영 님이 여기 계시네요? 선생님도 아는 분이세요?”
내 댓글에 선생님은 다른 말을  했다. 
“이 사람 이름은 ‘ooo’에요. 푸드 스타일리스트인데 꽤 유명해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어요. 글은 전혀 안 쓰시는 것 같은데…. 아무튼 엄청 부자에 잘 나가는 사람이에요. “
나는 비공계 계정인 내 인친의 피드와 공개 계정인 유명인의 피드를 번갈아가며 확인해 보았다. 같은 사진 아래엔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이 적혀있었다.

갑자기 허탈함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나와 소통한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무엇 때문에 타인의 삶을 훔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싶어 메시지를 보냈지만, 어느새 눈치채고 나를 차단해 버렸다. sns에서 만난 그녀와 나의 연결고리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꽤 오랫동안 내성적인 사람으로 살았다. 
어렸을 적엔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고, 학창 시절엔 하루 중 몇 마디 하지 않고 지내기도 했다. 스스로 발표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사람들 앞에 서서 말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 바로 위에 언니는 나와 정반대였다. 어디서나 적극적이었고, 주위에 사람이 많았다. 거침없이 말을 했고, 인기도 많았다. 나는 그런 언니가 참 부러웠다. 내성적, 소극적이라는 어휘는 마치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처럼 부정적으로만 느껴졌다.

어른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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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책쓰기, 북클럽을 운영. 밀라노에서 프랑스학교에 다니는 현실남매 육아 중. 책을 읽고 씁니다. [출간저서] •쓰다보면보이는것들/마음연결 • 프랑스학교에 보내길 잘했어/마더북스 •당신도골방에서혼자쓰나요/부크크 •삶은에세이/부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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