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트로③> 내 첫 오디오 '짝퉁 마란츠'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0/26
이철규씨 페이스북에서 전재
위에 있는 사진은 ‘마란츠’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걸 복사했다. 마란츠는 1970년대 말이나 1980년대 초, 오디오에 관심 가졌던 사람이라면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앰프’일 거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분(이철규 씨)도 “빈티지 리시버(77년산 마란츠 2330B)를 덜컥 들여 놓았습니다. 중학 시절 꿈의 앰프를 실물 영접하니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나 봅니다”라고 사진 아래에 감격 가득한 글을 붙여놓았다.

동대문경찰서 형사계장 길통을 따라 들어간 세운상가 ○○사에서 내 눈길이 처음 머문 제품도 마란츠였다. 마란츠는 나에게도 꿈의 ‘기계’였다. 소리(음질)도 좋았다지만 당시로서는 첨단적인 디자인과 마란츠만의 특징인 ‘자이로 터치 튜너’가 나를 매혹시켰다. 사진 오른쪽, 수평으로 누워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검고 둥그런 물건이 그거다. 손가락으로 툭 치면 묵직하니 스르르 돌아가다가 방송 중인 주파수가 걸리면 스스로 멈췄다. 요즘에는 디지탈 방식이어서 주파수(방송국)가 미리 입력된 버튼이나 셀렉트 버튼을 눌러서 듣고 싶은 방송을 고르지만 그때는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서 주파수를 맞췄다.
 
그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FM은 세 개였던 것 같은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89.1(KBS FM)에서 91.9(MBC FM)까지는 몇 바퀴 안 돌려도 갈 수 있었지만 ‘본바닥 팝송’을 들으려고 종종 찾던 104.7(AFKN, 주한미군방송)까지는 여러 바퀴를 돌려야 했다. 그러다가 104.7을 지나치면 다이얼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야 했다. 마란츠의 자이로 터치 튜너는 그런 귀찮음을 덜 수 있는 장치였다. 툭 치면 관성이 작동하는 듯 스르륵 돌아가다가 방송국 주파수가 걸리면 스스로 턱 멈춰주니 얼마나 신기했겠는가.

당시 나는 결혼해서...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하드리아누스 …, 스미스, 미제스, 하이에크, 자유, 시장경제, 나보코프, 카잔자키스, 카뮈, 쿤데라, 마르케스, 보르헤스, 무질, 브라이슨, 마그리스, 미당, 서정인, 김원우, 안동, 낙동강, 빈, 에든버러, 다뉴브, 겨울 지중해, 석양의 수니언 베이, 비 젖은 오랑
50
팔로워 67
팔로잉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