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별> : 네 발 달린 길 위의 이웃들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1/05

9월 6일, 경상남도 통영시 용호도에 국내 최초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 센터’, 일명 ‘고양이 학교’가 개교했다. 통영시는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길고양이 보금자리로 탈바꿈시켰다. 길고양이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동물 복지를 강화할 목적으로 시행된 사업이다. 투입된 예산 4억이 아깝지 않을 만큼 첫 출발은 순조로웠다. 현재 섬마을 고양이 학교에 입학한 길고양이들은 대략 30여 마리. 이 녀석들은 모두 ‘한려해상 국립공원’에서 구조되었거나 몸이 불편한 장애묘들이다. 평소 길고양이 보호에 찬성 표를 던진 사람들은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길고양이 보호 반대론자들은 길고양이가 멸종 위기종도 아닌데 왜 보호 대상이냐며, 여느 야생 동물들과 달리 길고양이만 챙겨주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한다.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와 차량 훼손 문제를 피해 사례로 거론한다. 더러는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어 놔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새를 사냥해서 생태계 교란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싫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한다. 정말 길고양이 보호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길고양이는 도시의 민폐 덩어리이자 생태계 파괴의 주범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전부 오해에서 기인한 말들이다. 먼저 차량 피해부터 살펴보자. 인간 동물들은 문명의 산물인 보일러 난방을 때서 겨울을 나지만, 길고양이들은 꽁꽁 언 거리에서 천연 털 코트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나야 한다. 마땅히 추위를 피할 곳 없는 길고양이들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는다. 이때 녀석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장소가 자동차 ‘보닛’이나 ‘타이어’다. 아파트 화단과 주차장 인근을 전전하는 길고양이들은 제 목숨을 위협하는 자동차 밑에서 잠시나마 몸을 녹인다.

길고양이는 주로 발정기나 영역 싸움을 할 때 시끄럽게 울어댄다. 만일 중성화 수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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