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방문기] ‘난해한 예술작품’ 해석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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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2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기괴한 작품들의 향연이었다. 사실 도슨트(해설사)의 설명이나 가이드북이 없다면 이 작품으로 무슨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인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무 사전 설명을 듣지 않고 혼자 둘러봐야 한다. 원래 예술작품이란 게 쉽지 않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해석의 자유가 있는 법이다.
▲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메인 전시관 입구의 전경.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4월7일 제14회 광주비엔날레(광주 북구 용봉동)가 개최됐다. 7월9일까지 석 달간이다. 이숙경 예술감독이 총괄 지휘자의 역할을 맡았다. 2006년 이후 17년만에 한국인이 예술감독을 맡게 됐는데 그만큼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인 예술전시로도 유명하다. 이 감독은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를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로 잡았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인데 서로 다른 존재들의 이질성을 모두 포용하는 물의 속성을 담아냈다고 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것은 분열과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물의 은유를 사용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사전에 티켓을 구매한 뒤 4월30일 일요일 점심 즈음 방문해서 2시간 동안 보고 왔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작품들이 있었다. 4전시관에 있는 ‘질병 투척기’란 작품이 대표적이다. 석회암 동굴이나 고드름이 연상되는 흉측한 것들로 둘러쌓인 미니 침대 같은 컨셉인데 그 끝엔 ‘징’이 있다. 꽹과리와 징의 그 징이다. 도슨트가 설명하기로는, 해당 작품을 만든 과달루페 마라비야(본명 이르빈 모라잔)가 실제로 암에 걸린 사람들을 그곳에 눕히고 징을 쳤다고 한다. 질병을 날려버리는 일종의 치료 의식인 셈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징그러운 것들을 데코 삼아 줄줄이 걸어놨던 걸까.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라비야 작가 본인의 상처를 반영한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976년생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 출신 마라비야는 8살 때 ‘살바도르 내전’으로 인해 홀로 미국으로 피난을 가게 된 기구한 삶을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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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는 언론사입니다.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 출신 30대 청년이 2021년 3월 광주로 내려와서 창간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서 겁 없이 언론사를 만들었는데요. 컨텐츠 방향성, 취재 인력, 초기 자금, 수익구조, 사무실 등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좋은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언론인의 자세, 이것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까지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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