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험지를 보며 살만한 세상을 외치다 - 조금 지났지만 "우영우"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3/02/23

작년 여름방학 하기 전 그러니까 딸아이의 초등 5학년 1학기가 거의 지나갈 무렵 
딸아이 얼굴에 미소가 잔뜩 담겨 떠날 줄 몰랐던 날이 있었다. 미소로 그치지 않고 뿌듯한 표정을 감출 길 없어 자랑을 한다.

"엄마~ 수학 단원평가 봤는데~ 우리 반에서 나 혼자 100점 맞았어~^^"

"으응?? 진짜?"

"학원 다니는 친구들 많지 않아? 걔네들은 왜?"


'우리 딸 열심히 했구나~' 하고 칭찬을 먼저 해줬어야 했지만 궁금함을 못 견뎌 산통깨는 질문에 딸아이는 시크하게 "몰라~ 실수했나 봐~ 한 개 틀렸대~"라고 답을 한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채점하시는 걸 보게 되었는데 자신의 시험지를 들고 다른 친구들 채점할 때 답지로 썼다며 입은 귀에 걸리고 눈은 초승달이 되었다. 결혼 전까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았기에 모범답안과도 같은 시험지는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아는 터였다. 아이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덩달아 같이 뿌듯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초등 1학년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 교실 추첨에서 떨어진 아이들은 대기만 1년이라는 지역아동센터에 운 좋게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고 센터에 가서 영어, 수학을 조금씩 미리 배우는 것이 다였다. 나는 일을 한다는 핑계로 아이들 공부를 돌봐 주지 않은지 꽤 되었는데 이런 흡족할 만한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는 이 순간이 참 뿌듯했다. 평소는 엄마 노릇도 잘 해내지 못하면서 이런 기쁜 일에는 엄마라는 본성이 튀어나와 천방지축으로 기분이 참 좋았다. 이게 뭐라고 참 살 맛이 났다.


학교에서 가져온 단원평가지^^


어디 보자~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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