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 : 다치지 않는 신체, 성장하지 않는 소년과 그리고 그들의 다치는 마음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12/01
"박사님, 증오가 사라지는 날이 올까요?"
"모르겠구나. 그런 날이 오길 바랄 뿐이지."
"분명 모두 기도하고 있을 거에요. 그런 날이 오길. 모두 다." 
- 애니메이션 <플루토> 마지막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플루토>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플루토>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플루토>는 테즈카 오사무의 <철완아톰>의 에피소드 '지상최대의 로봇'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우라사와 나오키는 아톰의 테마인 '마음의 문제'에 매달렸다. 로봇 형사 게지히트의 지워버린 기억 속에는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있고, 보라는 '증오와 혐오의 마음'으로 폭주했다.
모두 마음의 문제다. 테즈카 오사무 이래 일본만화는 유독 마음의 문제에 매달렸다. 특이하게 일본만화가 마음의 문제에 매달리는 방식이 '다치지 않은 신체 (그래서)성장하지 않는 소년과 다치는 마음의 충돌'이다. 

다치지 않는 기호적 신체

'다치지 않는 기호적인 신체와 다치는 마음.' 오쓰카 에이지가 <아톰의 명제>에서 일본만화의 특징으로 논의한 핵심적 명제다. 테즈카 오사무 이전 만화 캐릭터들은 2D, 평면에 존재하는 허구의 존재들로 '마음'이 없는 기호였다.
Scott mccloud <understanding comics>
만화언어는 스콧 맥클라우드의 빅 트라이앵글을 빌면 삼각형의 왼쪽에는 '사실', 오른쪽에는 '의미', 그리고 위 꼭지점은 '그림도형'이다. 서구의 만화는 밑변에 위치한 만화언어를 주로 활용했다. 빅 트라이앵글의 밑변에 위치한 서구 만화의 도상은 사실적이거나 아니면 단순화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욕망을 사실적 재현과 자유로운 표현(낙서)으로 나누어 보자. 사실적 재현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 가능하면 영혼까지 화면에 옮기고 싶은 욕망이다. 사실적 재현의 욕망이야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부터 시작해 회화의 역사에서 끈질기게 존재했다. 사실적 재...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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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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