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남자친구가 남긴 것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3/01
(어머니의 첫번째 남자친구분을 기억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어머니에게 남자에게 배려받고 사랑받는 게 어떤 건지 알게 해준 분이지요. 노인들의 사랑도 참 애틋하더이다.)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돌아가셨을 때, 그분의 집 식탁 유리 덮개 아래에는, 어머니의 사진들이 여러장 꽂혀 있었다고 한다. 정기 건강 진단에서 갑작스레 간암 선고를 받고 입원한지 꼭 섣달 만의 일이었다. 그날은 어머니의 생일 다음날이었다.

어머니가 중환자실로 병문안을 갔을 때, 그분은

"올 봄에는 꼭 같이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는데, 못 가게 되어서 미안해요" 라고 말했다 한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덧붙였다.

"간암 말기라면 아프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던데, 나한텐 아프다 소리 한 마디도 안 하더라."

평생 착하고 성실하게만 살아온 분이라고 했다.

그의 죽음은 근 삼 년간 내 주위에서 일어났던 세 번의 자살과 한 번의 반 자살에 이은 다섯 번째 죽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죽음은 누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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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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