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작은 그랬어요.
어느 순간부터 딱 꼬집어서 그때라고 말할 순 없어요.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나는 나라고 말하는데 나는 나이기만 하지 않던 때가 있죠. 탯줄을 달고 나이지 않으면서 나였던 순간이요. 나는 행복이면서 민기였어요. 둘 다 불리기도 하고 태어난 이후에는 주로 아가와 민기라고 불렸죠. 나는 그렇게 내가 정하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면서 민기가 되었어요.
나는 내 이름이 꽤나 마음에 들었어요. 누군가가 민기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면 날아갈 것만 같이 행복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불러준다면 내 존재는 비로소 광명으로 잔잔하게 불타는 느낌이었어요. 스스로 불타는 우주의 것을 별이라고 부른다는데 나는 누군가로 빛났어요. 나는 그 온기에 온 몸을 칠하고 스며들었어요. 그건 번지다가 이내 재워지는 것이었어요. 알맞게 담가져서 온통 젖어들어가는 것처럼요.
재워진 것은 다르게 불려요.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에요. 다시 나는 물에 잠겨 나와 타인의 세상에 공존해요. 나는...
그럼 공기가 된건가...
한순간 재가 된 거여요...
그럼 공기가 된건가...
한순간 재가 된 거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