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의 복수는 실패했어야만 했다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3/03/24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드라마를 보고 오시면 글의 이해가 편합니다.

시즌 2가 공개된 <더 글로리>는 많은 사람이 기다려 왔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반향은 엄청났고, 시즌 1이 남겼던 무수한 떡밥들은 이윽고 해소되었다. 시청자로서 드라마에게 바라는 점은 크게 없지만 말미를 향해 갈수록 점차 의뭉스럽게 변해가는 결말은 ‘드라마적인’ 결과로,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난 동은의 복수가 처참히 실패하기를 바랐다.

더 글로리의 시즌 2에서 등장하는 갈등 요소는 학교 폭력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사이에 부유하는 모든 폭력의 찌꺼기가 대거 등장한다. 그 전에도 이미 그런 떡밥을 언뜻 내비치긴 했으나 관계에 의한 대부분의 폭력을 동은은 감내하고 있었다. 버티는 게 용할 정도다. 그렇다고 불쌍한 마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견디는 자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니까.

중요한 논의점에 해법과 탈출구를 제시하는 점에 있어, 모든 요소가 후반부에 이르러 퍼즐을 끼워 맞추기 위한 퍼즐로만 보이는 게 왜일까. 부정적 의견만이 컨텐츠에 있어 정답은 아니다. 다만 지금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긍정적 희망으로 시청자를 정체시키는 건 대단히 아쉽다.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논제에 불씨를 지핀 이상, 학교 폭력에 대한 의구심과 반발이 한낱 유희로만 소모되는 데 그치고 마는 게 아쉽단 말이다. 엄연한 피해자의 시선으로 말이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내 꿈은 너야, 연진아.

(학폭의 역사 - https://alook.so/posts/4XtOwyl)
이미 학교 폭력에 대하여 앞서 적은 글이 있다.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피해자의 신분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게 문제다.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이 존재하니까 견디라는 말은 이중 가해나 다름없다. 피해자는 살아남은 게 아니라 버려진 장난감이 되어 해방될 수 있었을 뿐인거다. 복수를 마음 먹은 피해자에게 어떤 독려나 지원도 없다. ‘복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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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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