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한 역사록] '고양이 집사' 숙종과 '왕의 고양이' 금묘

권경률
권경률 · 역사작가
2024/04/18
고양이 그림을 잘 그린 18세기 화가 변상벽의 <묘작도> /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19대 임금 숙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극단적인 환국 정치를 펼쳐 당쟁을 사생결단의 복수극으로 몰고간 군주다. 또 장희빈, 최숙빈, 인현왕후 등 궁중 여인들과 염문을 뿌렸지만 변덕이 죽 끓듯 하였다. 뜨겁게 달아오른 사랑은 얼마 안 가 차가운 적의로 돌변하며 왕비를 내치고 후궁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이 무서운 임금님도 말 못하는 짐승들과는 다정하게 교감했다. 토끼, 송아지, 원앙 등 온갖 동물들에게 정을 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고양이를 각별히 총애했다. 숙종이 곁을 내주고 한결같이 사랑한 것은 ‘여자 사람들’인 비빈(妃嬪)이 아니라 ‘왕의 고양이’ 금묘(金猫)였다. 당대의 문신 김시민은 이 황금빛 고양이를 기리며 칠언절구 한시를 짓기도 하였다.

“궁중에 황금빛 고양이 있었으니 / 임금께서 사랑하시어 아름다운 이름 내리셨네. / 금묘야, 하고 부르면 곧 달려오니 / 잠깐 사이에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네. / 기린과 공작도 오히려 멀리하셨건만 / 금묘만 홀로 임금님 가까이 모시고 좋은 음식 먹었네. / 낮에는 한...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월간중앙에 '사랑으로 재해석한 한국사'(2020.4~2022.3)에 이어 현재 '노래하는 한국사'(2022.4~)를 연재하고 있다. [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2023), [모함의 나라](2022), [조선을 새롭게 하라](2017) 등을 썼다.
10
팔로워 16
팔로잉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