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알아주어야 한다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3/18
요며칠 나는 비몽사몽으로 지내면서 오늘 아침 또한 꿈결인지 잠결인지 모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질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하나, 둘, 셋, 넷... 마음속에 떠오르며 나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한참을 내맘대로 사라져주지 않는 그기억에 힘들어하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자신조차, 저 기억속의 9살, 12살, 15살... 소녀들의 아픔을 알아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는 내상처들이 아프다, 아프다 누누히 말해왔지만 나자신조차 그 상처속의 아이가 얼마나 아픈지 사실은, 제대로 알아봐주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남에게 말했을 때 '참 힘들었겠구나' 라는 말도 들어봤고 '정말 살아남느라 고생했다'라는 말도 들어봤다. 그래서 그들이 나는 안 우는데 내 얘기를 듣고 울어준다거나 귀담아주는 것에 위로를 받았었다. 하지만 나는 그이야기들을 하면서 제대로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어쩔땐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게, 말하면서 눈으론 눈물을 흘리고 입으론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저기 오빠에게 쫓기며 '괴물이야, 괴물이다!' 라고 속으로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며 골목을 죽을듯이 달려 도망가는 13살의 소녀가 있다. 소녀 주위로 세상이 회색으로 우르르 무너져내린다.
 
 울다가 엄마에게 뺨을 맞고 앞으론 엄마앞에선 울지 말아야겠다고 몸으로 다짐하는 10살의 소녀도 있다.
 
 또 어쩔땐, 또또 어쩔땐...
 
 이들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눈에도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선 느껴지는 바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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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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