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하지 않을만큼 성숙했다는 착각 - 연재소설 <황혼의 불시착> 4회

오진영
오진영 · 작가, 칼럼니스트, 번역가
2023/10/01
어젯밤의 젊은 남자가 보낸 카톡이 있다는 알림이 둥둥 떠있는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들어 없어지는 심정이었다.
필름이 끊겨 기억 속에 없는 시간에 그 남자를 붙잡고 무슨 말을 했을지, 무슨 오지랖이나 호들갑이나 주책을 부렸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상상만 하며 끔찍해하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핸드폰을 열고 남자가 보낸 카톡을 확인하고 충격받는 고통으로 넘어가는 것 뿐이었다. 
몰라서 불안한 것과 알고 창피해 하는 두 고통 중 어느 쪽에 머물 것인지 망설이느라 15분 정도를 뭉개다가 마침내 카톡 화면을 열었다.

젊은 남자가 보낸 카톡에는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생님. 어제 같이 찍은 사진 보내드립니다’ 라고 써있었다.
그 아래 따라온 사진 속에서는 어젯밤 모인 사람들 중에 홀로 도드라지게 잘생겼던 그 남자 옆에서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천치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술 취한 천치.

여자는 정신을 추스리고 답장...
오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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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오진영tv 유튜브로 시사 평론을 쓰는 칼럼니스트. 포르투갈어권 문학 번역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 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 등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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