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맛보는 음식 기행6] 생선 껍질로 만든 박대묵
2024/06/12
묵이라고 하면 흔히 도토리묵이나 메밀묵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그 밖에도 묵의 종류는 무척 많다. 국어사전에 올라온 묵 이름만 해도 여럿이다. 녹두묵이라고도 부르는 청포묵, 팥으로 쑨 팥묵, 좁쌀로 쑨 조묵, 수수로 쑨 수숫묵, 동부 콩으로 쑨 동부묵이 있고, 녹말로 쑨 흰 묵인 백묵(白묵)과 치자(梔子)를 물에 타서 쑨 녹말묵인 노랑묵, 옥수수 따위로 쑤어 올챙이 모양으로 굵고 짤막짤막하게 만든 올챙이묵(=강냉이묵)도 있다. 갈아서 가루로 낼 수 있는 건 대부분 묵의 재료로 써왔음을 알 수 있다.
혹시 박대묵이라는 게 있다는 걸 들어본 분들이 얼마나 될까?
박대묵
혹시 박대묵이라는 게 있다는 걸 들어본 분들이 얼마나 될까?
박대묵
하재일
그날 밤 꿈에 비늘이 보일 정도로 비비고
손목 시리도록 치댄 박대 껍질을 가마솥에 넣고
은근한 불에 생강과 마늘로 옷을 입혀 서너 시간
푹 고면 투명한 호박색의 바다가 나올 것이다
그런 생선의 마음이 얼마나 찰진지 칼로 얇게 썰면
창호지처럼 벌벌 떤다고 해서 벌버리묵이라고도 했다
스치듯 비린내가 들숨에서 가끔 올라오는 것은
엄동을 받아낸 박대의 역정이 숨을 내쉬는 것이다
-출전: 『동네 한 바퀴』(2016, 솔)
시에 나오는 박대묵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 없다. 물론 벌버리묵이라는...
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